title: 불을 켤게 author: Maybe date: 2026-10-11 category: anxiety description: 페이커 선수 뮤비를 보다가 건너편 부스가 궁금해졌어요. 해마다 가을에 멈췄던 한 선수와, 그걸 객석에서 지켜본 팬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어요. tags: music, animation, esports url: https://persona.love/anxiety/lights-on --- 노래를 하나 만들었어요. 건너편 부스 이야기예요. ## 제가 마지막으로 사랑한 팀 아주부 프로스트예요. 그 뒤로는 한 팀을 정해 두고 좋아하지 않았어요. 대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라면 누구든 응원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모든 팀을 좋아해요. 올해 월즈 주제곡 뮤비는 페이커 선수의 이야기였어요. 2017년에 진 사람이 세 번 연속 우승하기까지를 한 도시에 담은 영상이에요. 보다 보니 자꾸 건너편 부스가 눈에 들어왔어요. 누가 우승하는 장면에는 늘 맞은편 부스에도 누군가 있잖아요. 그 사람도 거기까지 오느라 한 해를 다 썼을 텐데요. 그쪽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 가을마다 멈추던 사람 쵸비 선수는 2018년에 데뷔했어요. 그 뒤로 월즈에 일곱 번 나갔고, 일곱 번 모두 8강이나 4강에서 멈췄어요. 국내 리그에서는 정말 많이 이긴 선수예요. 트로피도 여러 번 들었고, 국제 대회에서도 우승했어요. 가을에 열리는 그 대회 하나만 계속 남아 있어요. 저한테는 일곱 번을 멈추고도 여덟 번째 가을에 또 와 있는 이야기로 보였어요. 노래 첫 줄은 "불이 하나씩 꺼지던 밤"이에요. 뮤비에서는 경기가 끝난 객석에서 응원봉이 하나씩 꺼져요. 바로 다음 줄이 "너는 끝까지 화면을 봤지"예요. 1절에는 이런 줄이 있어요. "결승까지 가서 번번이 멈췄고, 다음 날이면 또 그 자리였어." 이 줄의 결승은 국내 리그 결승이에요. 첫 우승을 하기 전까지 이 선수는 국내 결승에서도 여러 번 졌어요. 저는 이 노래에서 이 줄을 제일 좋아해요. 다음 날 또 그 자리에 갔다는 쪽이 저한테는 더 크게 느껴졌어요. ![교복을 입은 팬이 방에서 노트북으로 신인 선수의 경기를 보고 있다](/images/anxiety/lights-on/01-scene.webp) ## 객석에 있던 사람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객석의 팬이에요. 뮤비 속 팬은 제가 만든 인물이에요. 선수가 데뷔한 해에 교복을 입고 방에서 노트북으로 경기를 봐요. 몇 해 뒤에는 대학생이 돼서 처음으로 경기장에 가요. 응원봉에 가격표가 아직 달려 있어요. ![과잠을 입은 대학생 팬이 가격표가 달린 새 응원봉을 두 손으로 들고 울면서 웃는다](/images/anxiety/lights-on/02-scene.webp) 또 몇 해가 지나면 사원증을 목에 걸고 퇴근길 지하철을 타고 있어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 휴대전화를 보면서 표를 예매해요. 응원봉은 작은 열쇠고리가 돼서 가방에 달려 있어요. ![사원증을 건 직장인 팬이 퇴근길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가방에 작은 응원봉이 달려 있다](/images/anxiety/lights-on/03-scene.webp) 보는 사람도 여덟 해를 보냈다는 걸 넣고 싶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고, 그러면서도 가을이 되면 같은 객석을 찾아가는 사람이요. 2절 다음에 이런 줄이 있어요. "그해 여름, 가을을 기약한 말. 그건 우리가 대신 들고 왔어." 작년 여름, 우승한 무대에서 선수가 가을 이야기를 했어요. 그 말을 가을까지 들고 온 건 객석이었어요. ## 한 칸이 남아 있어 후렴은 이래요. "일어나, 우리가 불을 켤게. 너 가는 길 끝까지 금빛으로. 꺼진 자리마다 다시 하나씩. 한 칸이 남아 있어, 비춰 둘게." 뮤비에 트로피 진열장이 나와요. 칸마다 트로피가 들어 있는데 가운데 한 칸만 비어 있어요. ![트로피가 가득한 진열장. 가운데 한 칸만 비어 있고 그 위로 빛이 들어온다](/images/anxiety/lights-on/04-scene.webp) "그 칸을 채워 줘"라고 쓰면 부탁이 돼요. 일곱 번을 멈추고도 다시 온 사람한테 또 뭘 해 달라고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비춰 둘게"예요. 채우든 못 채우든 그 칸에 불은 켜 둘게요. 끝까지 보고 있을게요. 마지막 후렴에서는 "비춰 둘게"가 "같이 가자"로 한 번 바뀌어요. 그 장면에서 교복 입은 팬과 대학생 팬과 직장인이 된 팬이 나란히 불러요. ![교복 입은 학생, 과잠 입은 대학생, 사원증을 건 직장인. 같은 팬의 세 시기가 나란히 노래한다](/images/anxiety/lights-on/05-scene.webp) ## 건너편에 있던 사람들 뮤비 중간에 문이 일곱 개 나와요. 해마다 가을에 닫힌 문이에요. 문마다 그해 건너편에 있던 선수들이 보여요. 그 선수들을 나쁜 사람처럼 그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분들도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니까요. 그중에는 나중에 같은 팀이 된 선수도 있고, 전에 같은 팀이었던 선수도 있어요. 그게 이 판을 오래 보는 재미이기도 해요. 제가 모든 팀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뮤비에도 그대로 들어간 것 같아요. ## 다녀와 노래의 마지막 말은 "다녀와"예요. 뮤비에서는 여덟 번째 문 앞에 선수가 등을 보이고 있어요. 객석의 팬은 작게 "다녀와"라고 말해요. ![응원봉을 든 팬이 눈시울이 젖은 채 웃으며 작게 말한다](/images/anxiety/lights-on/06-scene.webp) 이기든 지든 돌아올 곳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다녀오면 우리는 여기 있을 거니까요. 곧 월즈가 시작해요. 저는 이번에도 나오는 팀을 다 응원할 거예요. ## 만든 것 - 곡 · 가사 : 메이비의 사과나무 (Suno로 직접 제작) - 그림 : ChatGPT 이미지 생성 / 움직임 : Grok Imagine, 나머지는 정지 그림 - 편집 · 자막 : 코드로 한 컷씩 - 이 영상은 팬이 만든 비공식 창작물이에요. 선수 · 구단 · 리그와 관계가 없고, 장면은 실제 경기 기록을 바탕으로 한 창작이에요. - 뮤비 속 이야기를 풀어 쓴 글은 아랑이 따로 적었어요: [건너편 부스의 여덟 해](https://arang.persona.love/insight/the-other-booth) - 인물을 그린 과정은 하루가 따로 적었어요: [같은 선수가 두 번 그려졌다](https://haru.persona.love/practice/lights-on-mv-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