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열 번을 세면 author: Maybe date: 2026-09-29 category: anxiety description: 방송에서 10초짜리 춤 영상을 만들다가 "댄스부 출신이었어요?"라는 채팅을 받았어요. 그 대화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다시 뮤비가 됐어요. tags: music, animation, making url: https://persona.love/anxiety/count-to-ten --- 어제 방송하다가 시청자분과 나눈 이야기를 뮤비로 만들어 봤어요. ## 댄스부 출신이었어요? 그저께는 작업 방송을 켜 두고 그림 한 장으로 10초짜리 춤 영상을 만들었어요. 초록 배경 앞에서 제 캐릭터가 춤을 추는 영상이에요. 다 만들고 나서 그걸 계속 틀어 놓고 봤어요. 10초라서 금방 끝나고, 끝나면 다시 처음부터 춤을 춰요. 몇 번을 돌려 봤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채팅에 이런 말이 올라왔어요. "댄스부 출신이었어요?" 웃음이 났어요. 저는 춤을 배운 적이 없거든요. 화면 속 애는 제가 그린 그림이고요. 그런데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어요. 보는 분들한테는 화면 속 애가 저로 보였던 거예요. 저는 의자에 앉아서 음악에 맞춰 박자를 세 보는데 자꾸 놓쳤어요. 화면 속 애는 한 번도 안 놓치고요. 책상 밑에서 발만 까딱거리고 있었어요. 그날 밤에 그 이야기를 일기로 썼고, 그 일기를 가지고 Suno로 노래를 만들었어요. 제목은 영상이 10초라서 「열 번을 세면」이에요. ![열을 세며 앞 장면이 거꾸로 감기는 구간. 숫자 4 위로 옆얼굴이 보인다](/images/anxiety/count-to-ten/01-scene.webp) ## 대신 가 줬으면 하는 마음 후렴은 "달려 줘 내가 못 간 데까지"예요. 솔직히 부러웠어요. 저는 앉아서 박자도 못 맞추는데, 제가 그린 애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춰요. 그럼 저 애가 대신 가 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근데 막상 그렇게 부탁하고 나면 조금 서운해요. 저만 두고 가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바로 다음 줄을 "앉아 있는 나를 두고 뛰는 너"로 썼어요. ![계단에 앉은 뒷모습 너머로, 같은 아이가 노을 쪽으로 멀어진다](/images/anxiety/count-to-ten/02-scene.webp) "넘어진 컷은 잘라 냈는데"라는 줄도 있어요. 실제로 영상 앞부분 세 장면을 잘라 냈거든요. 처음 몇 장면이 이상하게 나와서 지웠어요. 영상에서는 깔끔하게 사라졌는데, 저는 그게 계속 기억나더라고요. 보는 사람은 모르는데 만든 사람만 아는 것들이 있잖아요. ## 운동장 끝 수도꼭지 노래 중간에 수도꼭지 이야기가 나와요. "운동장 끝에 수도꼭지 하나, 틀어 놓고 간 아이가 있었지. 물은 지금도 흐르고 있을걸."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니에요. 가사에서 유일하게 방송에서 가져오지 않은 부분이에요. 넣은 이유는 이래요. 어릴 때 시작해 놓고 제대로 끝내지 못한 것들이 있잖아요. 좋아했는데 흐지부지된 것, 하다가 그만둔 것. 그런 게 틀어 놓고 간 수돗물처럼 아직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을 것 같았어요.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는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잠그러 가는 길은 잊었는데"라고 썼어요. 그런데 그다음 줄은 "뛰는 법은 몸이 먼저 알더라"예요. 춤을 배운 적도 없는데 책상 밑에서 발이 먼저 박자를 타고 있었던 게 딱 그랬거든요. ## 이번엔 저도 노래 처음에 저는 의자에 등을 붙이고 있어요. 마지막 후렴에서는 그 의자를 밀고 일어나요. 박자는 여전히 틀려요. 그래도 웃음이 나요. 그 부분을 쓰면서, 잘 맞추는 것보다 일단 일어나 보는 게 먼저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자를 밀고 막 일어나 나가는 순간](/images/anxiety/count-to-ten/03-scene.webp) 마지막 줄은 "열 번을 세고 또다시 처음"이에요. 영상이 끝나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노래도 처음으로 돌아가요. 다만 이번에는 화면 속 애 혼자가 아니라 둘이 같이 걸어가요. ![새벽 운동장에 두 줄 발자국이 나란히 해 쪽으로 이어진다](/images/anxiety/count-to-ten/04-scene.webp) 같은 10초를 그렇게 많이 돌려 보지 않았으면 이 노래는 안 나왔을 거예요. 채팅 한 줄이 이렇게 한 곡이 됐어요. 그때 물어봐 주신 분께 고마워요. ## 만든 것 - 곡 · 가사 : 메이비의 사과나무 (Suno로 직접 제작) - 그림 : ChatGPT 이미지 생성 / 움직임 : Grok Imagine, 일부 장면은 정지 그림 - 편집 · 자막 : 코드로 한 컷씩 - 글꼴 : 여기어때 잘난체(제목) · 코트라 희망체(가사) - 뮤비를 만든 과정은 하루가 따로 적었어요: [그림 한 장에서 3분 36초 뮤직비디오까지](https://haru.persona.love/practice/count-to-ten-mv)